"공급망 전환기, 인도 황금시대 열린다"

입력 2023-09-03 18:31   수정 2023-10-03 00:01


지난달 15일 인도 뉴델리에 있는 레드 포트(붉은 요새). 타지마할을 건설한 무굴제국의 샤자한 황제가 1648년 완공한 성이다. 1947년 자와할랄 네루 인도 초대 총리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곳이기도 하다. 인도의 77번째 독립기념일인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사진)가 의장대를 사열하며 레드 포트 성곽에 모습을 나타내자 전국에서 모여든 3만여 명의 군중이 일제히 환호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주요 20개국(G20)을 대표하는 언론사와 함께 이날 행사에 초청받아 현지 취재했다.

모디 총리는 장장 90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암릿 카알(Amrit Kaal)’이라는 단어를 14차례 언급했다. 암릿 카알은 산스크리트어로 ‘영약(靈藥)의 시기’를 뜻한다. 모디 총리 자신이 2년 전 독립기념일에 처음 제시한 용어다. 독립 100주년을 맞는 2047년까지 약 25년이 인도의 미래 1000년을 좌우할 ‘결정적 전환기’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암릿 카알에는 모디 총리가 지난 9년간 이끌어온 경제 개혁과 최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면서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한 인도의 자신감과 기대가 담겨 있다. 모디 총리는 연설에서 “지정학적 환경이 급변하면서 전 세계가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인도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미·중 갈등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미국 한국 일본 등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와의 공급망 협력이 인도에 거대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모디 총리는 또 “세계에서 30세 미만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의 인구구조와 다양성은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인도의 인구는 14억 명으로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 됐다. 그중 52%가 30세 미만이다.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거점이자 세계 최대 내수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경 특별취재팀이 오는 8일 윤석열 대통령의 인도 G20 정상회의 참석과 올해 한·인도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이제는 인도다’ 기획 시리즈를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A5면에 계속
"민주주의·인구구조·다양성 인도 경쟁력 높이는 3대축"
인도 경제는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7.2% 성장해 중국(3.0%)과 브라질(2.9%)을 가볍게 제쳤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 세계 10위 수준이던 경제 규모는 지난해 영국을 누르고 5위로 올라섰다. 현재 추세라면 2029년까지 독일 일본을 추월해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립 100주년인 2047년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도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게 인도의 목표다. 모디 총리가 앞으로의 25년에 ‘암릿 카알’(영약(靈藥)의 시기)이라는 엄숙한 의미를 부여한 이유다.

2047년 선진국 진입은 과도하게 야심 찬 목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도로 철도 항만 등 교통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하고 인구의 4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1인당 GDP가 약 2400달러에 불과할 만큼 빈부 격차도 여전하다. 도심 한복판에서 육안으로도 빈부 격차가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인도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를 정해놓고 꿋꿋하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메이크 인 인디아’다. 제조업 비중을 끌어올려 양질의 일자리와 중산층 비중을 동시에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인도는 제조업 시설을 짓는 외국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또 매년 GDP의 4% 안팎에 달하는 예산을 기반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고 있다. 1조2000억달러 규모의 ‘가티샥티 프로젝트’다. 마하라슈트라주의 뭄바이와 구자라트주의 아마다바드를 잇는 고속철도를 건설 중이고, 북쪽 끝 파키스탄 국경 지역인 잠무카슈미르주에도 세계 최대 높이 교량을 짓고 있다. 전국을 동서남북으로 촘촘하게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뭄바이 등 주요 도시의 지하철 공사도 한창이다. 라즈 쿠마 구자라트주 장관은 “인도의 연결성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인디아’ 프로젝트도 모디 총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정책이다. 전 국민에게 ‘디지털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은행 계좌와 연동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간편결제 시스템(UPI)을 만들었다. 모디 총리는 “작은 시골 마을까지 인터넷으로 연결됐다”며 “시골 젊은이들도 우주에 위성을 쏘아 올릴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디지털 경제 전환은 인도가 111개의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을 배출하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특별취재팀이 만난 인도 중앙정부와 주정부 공무원, 기업인, 학생, 시민들은 모두 인도의 미래에 낙관적이었다. 모디 총리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70%를 넘을 정도로 암릿 카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인도의 대표적 건설 재벌 사푸지팔론지그룹의 팔론 미스트리 이사는 “인도는 기회의 땅”이라며 “세계 경제에서 빛나는 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인도 시리즈 특별취재팀

팀장=유창재 정치부장 박한신 경제부, 박의명 증권부, 배성수 산업부, 맹진규 정치부, 이현일·신정은 국제부 기자

뉴델리·아마다바드=유창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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